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바라보다

불펌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글은 自我發見에서 自我完成까지 블로그 운영자인 유마님의 글 중
좋은 글이면 도둑질도 괜찮을까? 에 대해 저의 의견을 적은 글입니다)

요즘 블로고스피어에서는 불펌에 대한 글이 계속 쏟아지고 있습니다.
유마님은 자신의 포스트를 통해 "좋은 글은 올바르게 읽혀야 더 빛을 발합니다.
불펌한 글을 원작자에게 돌려줍시다!"
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Nosyu님은 자신의 포스트를 통해 "불펌이 아니라 표절이라 생각하겠다"라는
주장과 더불어 성균관대 커뮤니티인 성대사랑의 블로그 표절시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불펌에 대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한 블로그는 외국 블로그나 외국 신문기사를 한국어로 소개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자신의 포스트인 것 마냥 소개하는 경우도 존재하며, 또 다른 블로그에서는
출처 표시도 하지 않은채 쭉 긁어서 자신의 포스트로 만들기도 합니다.

제가 현재 운영하는 꿈먹는 하마가 되자! 같은 경우도 일부 글이 불펌된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블로거에게 댓글 등으로 표시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블로그는 꿈쩍도 하지 않더군요. 또 다른 분은 제 글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출처를 병기했기는 하지만 글 하단에 조그맣게 표시하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해당 포스트 중 그림에 제 주소를 표시하지 않았더라면 원 저작자가 저인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불펌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여러 블로거들이 지적한 부분이지만 무엇보다 포털의 책임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2000년대 등장한 다음카페는 출처를 남긴 글보다 출처가 불분명한 컨텐츠를
좋은 정보라는 명목하에 올려왔으며, 신문 등의 뉴스컨텐츠로 무분별하게
올려왔습니다. 상업성을 띄거나 주목을 받고자 하는 일부 다음카페에 뉴스기사를
자신의 다음카페에 출처병기 없이 올려서 자신의 카페에 들어오도록 유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글이 다음검색시 자연스레 결과로 뜨기 때문에 이런 행태는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물론 모든 다음카페가 불펌의 온상이 아님을 밝힙니다)

이 밖에도 불펌을 조장한 서비스로 싸이월드, 네이버 등의 스크랩기능이 있습니다.
해당 원 글에 스크랩 버튼을 누르면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자신의 블로그/미니홈피나
카페 등지에 좋다고 하는 글을 옮길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원 저작자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글이나 사진, 동영상이
좋으면 무조건 소유하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스크랩 후 자신의 스타일로 수정해서
자신의 글로 바꾸기도 합니다. 물론 좋은 글을 같이 나누고 싶고, 소유하고 싶은 맘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글을 소유한다고 해서 원 저작자와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글을 스크랩하고, 자신의 글인량 행세를 하거나 출처조차 불불명해진다면
원 저작자는 허탈감이 커지고 창작의욕이 떨어질 것입니다.
(저는 예전에 네이버블로그를 사용했는데, 제가 쓴 글에 무분별한 스크랩이 많아
 티스토리로 옮겼습니다. 스크랩수는 많은데 댓글하나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
 따뜻한 맘을 가진 사람이 줄어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근원적인 문제로 접근해보면...
어떤 블로거(주소가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 죄송)가 주장한 것처럼 우리나라 교육과
문화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불펌에 대한 문제가 자꾸 되풀이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얼마전엔가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보도된 내용을 보면 한 시의원이 해외연수를 갔다오면서
낸 보고서가 알고보니 한 여행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된 여행관련 글이었음이
들통나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대학생 위주로 살펴보면 리포트관련DB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최근 들어 우후죽순 생겼으며, 남의 글을 일정한 금액을 주고 자신의 이름으로
바꿔 리포트를 제출하거나 여러 리포트를 구입하여 짜깁기하는 예가 적지 않습니다.
아울러 초/중/고교에서는 수행평가에 내는 리포트를 작성시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긁어 자신의 글처럼 바꿔서 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일부 학생을 잡는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신들도 업무량이 많고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기가 벅찬탓에 그저 넘기는
경우가 많죠. 베끼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빨리 내고 끝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구요.

반면 외국 같은 경우에는 리포트에서 출처를 분명히 남길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베낀 글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학에서 무단으로 베낀 글로
논문을 작성하면 해당 논문을 인정치 않는게 일반적이구요. 물론 이들 나라에서
펌글이 전혀 없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출처를 표시하는 등의
문화가 보편적이며 딜리셔스 등 북마크관련 사이트가 활성화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bluedrim님의 블로그 중 "우리나라와 미국의 blog 문화를 엿볼수 있는 대표적 사례"를
읽어보면 우리나라와 외국의 블로그 문화를 어느정도 비교해볼 수 있을겝니다)

지금이라도 불펌문화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블로그든 카페의 게시판이든, 홈페이지든간에
출처를 분명히 밝히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원 저작자가 자신의 글에 표시한
약속에 대해서는 꼭 지켜질 수 있는 문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무료로 공개되는 컨텐츠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무료로 공개되는 컨텐츠라도 해당 컨텐츠를 만든 유저는 해당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이런 글을 그저 자신의 소유욕때문에 출처도
밝히지 않은채 쭈~욱 긁어 간다면 원 저작자는 힘이 쭉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유저 중 상당수는 금전적인 댓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저 원 저작자가 누구였는지 밝혀주고, 감사하다는 댓글 하나라도 적어주면
기분이 환해집니다. 타인의 컨텐츠를 이용하는 유저라면 원 저작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한 번 쯤은 방문해주는 센스를 발휘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포털사이트에도 스크랩기능을 제한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으면 합니다.
아울러 불펌글이 쉽게 검색결과에 노출되지 않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포털사이트 등 우리나라의 인터넷은 예전에 비해 컨텐츠가 많아졌지만,
포털사이트의 검색결과를 보면 온통 펌글 투성입니다. 정작 내가 찾고 싶어하는 컨텐츠보다
중복된 컨텐츠가 많아 오히려 짜증이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포털사이트도 자신의 사이트에만 DB를 쌓아두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어느 곳에서도 검색해서 볼 수 있을 만큼 열린 자세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열린 마인드가 있지 않을이상 자사의 포털사이트에 불펌글이 있어도 가만 냅두려고 하는
반면, 타 회사나 타 블로그의 원글은 검색이 안되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포털도 소유욕을 버리고 창의적인 컨텐츠가 많이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끝으로 블로그든 게시물이든 간에 이올린, 마가린 등의 북마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봅시다.
트래픽을 원 저작자에게 돌려줍시다. 아울러 북마크로 정보를 같이 공유해봅시다.
이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면 원 저작자도 힘을 얻고 자생적인 컨텐츠를 계속 만들 수
있으며, 유저 입장에서는 인터넷 환경에서 다양한 컨텐츠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