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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교육

학력위조가 끊임없이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신정아 사태로 붉어진 학력위조논란이 예술계, 교육계를 거처 재계까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학력위조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놓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언론에서는 여러 연예인을 대상으로 학력위조 마녀사냥을
일삼고 있습니다.

왜 이토록 학력위조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더 커지고 있을까요?
저는 이에 대한 원인으로 학벌주의에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학벌주의가 엄청 심합니다.

어떤 나라를 가더라도 학벌주의가 없는 곳은 없습니다. 미국에서도 정치권을 주름잡는
특정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자들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옆의 일본, 중국
마찬가지입니다. (토론 2.0이란 프로그램을 보니 중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학위
위조가 많다고 하는군요. 뭐... 그게 아니더라도 중국에 대한 예를 들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생략해도 될 것 같아 중국에 선 하나 그었습니다-2007.9.27)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는 특정 학벌을 가진 부류가 전체 중 많은 비율을 차지하지 않고
있으며, 학벌이라는 걸 하나의 요소 정도로 살펴볼 뿐 다양한 능력을 살펴보고 검증하려고
합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로스쿨을 나와 좋은 직장에서 변호사를 하더라도
실무능력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가차없이 자르는 편입니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정규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괜찮은 전문학교를 나오면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길이 다소 열려 있습니다. 즉, 다른 나라에서는 학벌보다는 사람의
다양한 능력을 살펴보고 선발하며, 평가가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비교적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특정 대학 출신자가 정치, 경제, 사회를 비롯한 전반적인 분야에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으며, 영향력 역시 적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인맥이 두터운 부류가
많을수록 아무 연고 없는 사람들은 어떠한 노력을 하더라도 이들 부류의 압박으로 인해
올라갈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되는 단점을 안게 됩니다.
 
학벌주의가 엄청 심하다보니 부모들이 아이들의 성공을 위해 초등학교때부터
영재교육원 들어가기에 열을 올리고, 청심국제중 등 특수목적 중학교 진학에 힘쓰고
과학고, 외국어고, 민사고에 보내려고 기를 쓰고 노력합니다. 과학고, 외국어고,
민사고에 들어가면 기를 써서라도 국내 명문대학이나 해외 유명 대학(주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위주)으로 보내려고 애를 쓰죠. 이렇게 남들이 좋다고 하는
코스를 거쳐 사회에 나오게 되면 행정/외무고시 등을 통해 고급 공무원으로 임용되거나
유명 기업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한 이들끼리 인맥이 끈끈해진다면 아무 연고가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들의 위세에 눌릴 가능성이 적지 않죠. 이러한 일이 더 강력하게
이뤄진다면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사회가 움직이고, 나머지는 들러리 입장이 되는
그런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부와 권력의 되물림은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런 껀덕지도 없는 사람들은 꿈과 희망을 잃고
그저 평범하거나 어려운 가운데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학벌주의가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유명 대학 모두 그 만큼의
명성을 쌓기 위해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며, 그만큼 노력을 했기 때문에
해당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대학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거죠.
아울러 회사 입장에서도 자신의 회사에 알맞는 인재를 고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활용하기가 수월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나친 학벌주의는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도전의욕을 저하시키고,
사회가 점점 경직화되는 단점을 안게됩니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찾으려는 세력들이
늘 가능성이 높으며, 여러 대중의 바램보다 소수의 바램을 더 중요시하여 국민이 원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수도 있습니다. 즉, 소수의 집단이 우리나라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아무리 유명한 예술인이라도 뭔가 내놓을 만한
학력(혹은 학벌)이 없다면 해당 분야에 끼기가 어려워지고, 재능보다는 관계가 더 중요한
사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이러한 움직임이 학력위조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학력위조라는게 위와 같은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력위조는 정상적으로 학력을 취득한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줄 수 있으며,
학력위조된 사람에게 배우거나 영향을 받은 사람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모습은 신뢰형성에도 악영향을 끼쳐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문화를 키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학벌주의가 심하다는 면에 대해서는 충분히 비판을 할 수 있겠지만
학력위조를 한 사람들까지 학벌주의의 피해자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학벌주의를 이용하기 위해 학력위조를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교육부관계자의 한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학은 기능은 엘리트 양성에서
보편화 단계로 넘어온지 오래라고 합니다. 이미 한국의 취학률은 80년대 11.4%에서
2004년 61.7%로 고교생의 절반 이상은 대학 진학을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학생들에게 왜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지 (정부연구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한국교육고용패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더 나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중학생은 54%, 일반계 고교에서는 50.2%, 전문계(실업계)고교에서는 43.3%로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그 다음에 높게 나온걸로는 "대학을 나와야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라는 항목이었습니다. 즉, 더 나은 직업과 대우를 받기 위해 대학 진학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실업계고교생들이 대기업 생산직에 취업을 하더라도 몇년 일하고 나면 회사에서
자연스레 내쳐버리고 새로운 인력을 받아들입니다. 실업계고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이런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고교 졸업후 대기업 생산직으로 취업하느니 대학 진학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게 낫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유명 4년제 대학 입시에 대거
도전하고 있습니다.
 
인문계고교에 있어 대학 진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버린 상황이죠. 직업반 선택은
공부 못하거나 수업에 잘 적응 못하는 문제아들이 가는 반으로 인식되기 일쑤이며,
대학 안가면 X신이라는 인식이 자리잡힌지 오래입니다.

굳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이 된다면 적어도
산업역군을 양성하는 실업계고교에서는 취업이라는 길을 많이들 선택할 수 있겠지만
기업들이 고졸생들을 외면하고, 국내 유명 대학이나 외국대학을 나온 우수 인력에
더 관심을 두게 되니 상당수가 대입에 도전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죠.

이러한 영향은 인문사회, 공학계 뿐 아니라 예술, 체육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예술, 체육계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재능을 대표하는데 있어 굳이
학벌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판단되지만 가면 갈 수록 고위 부류에 속하기 위해
적잖은 돈을 들여서라도 가짜학위를 만들어 어떻게든 속해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끊임없는 학력위조를 조금은 잠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1차적으로는 학력검증시스템을 마련하여 학력위조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게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에는 학력 외에도 경력 등 다양한 부분을 고루고루
볼 수 있는 사회적인 풍토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며, 지나친 학벌주의를 다소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위 아래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게
필요하리라 봅니다.
 
아울러 "대학 나오지 않으면 X신"이라는 생각이 "대학은 본인이 필요할때 진학하는 것"으로
의식이 다소 바꿔고 고졸생을 무시하지 않은 풍토가 이뤄져야 전보다는 다소 줄어들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한 굳이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회 일꾼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케이스를 발굴해가면서 사회진출의 다양성을 키워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 다양한 삶을 존중해주는 사회가 되길...

다 똑같은 사람들이 모인 세상은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다양하고 개성있는 사람들이
모인 세상은 변화가 있으며 역동성이 있습니다. 자꾸만 한 길로 몰려는 모습보다는
좀 더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고,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존중해줄 수 있는 그런 좋은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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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네이버 지식iN의 릴레이백과인 학력위조에 대해서 라는 글의 주제에
제가 직접 남긴 글을 수정하여 옮긴 글입니다. 네이버 지식iN에 올린 글이라고 해서
하찮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