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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교육/전문계(실업계) 이야기

실업계(전문계)특별전형 폐지를 주장하는 이에게...

지난 2월 22일, 실업계고교생의 대학진학을 달갑지 않게 보는 이에게... 포스트에
"지나가는 과객"님이 다음과 같은 댓글로 실업계특별전형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워낙 긴 내용이라 해당 댓글에 대한 저의 주장과 지나가는 과객님의 댓글을 정리하여
아래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지나가는 과객님의 의견을 잘 읽어봤습니다. 우선 저는 예전에 실업계고교생을 위한
대입사이트를 운영했던 사람입니다. 지금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교육관련 기업에 최근
취업하여 현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하는 회사에선 위에 이야기한 실업계고교생 대상 대입사이트와는 관련이 없음)

우선 님의 글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점부터 살펴보려고 합니다.
현재 대입에서 특별전형으로 존재하는 실업계(전문계)특별전형은 4년제 대학을 기준으로
정원외, 정원내 전형으로 나눠집니다. 그 중 최근들어 화제가 되었고, 님이 지적했던
실업계특별전형은 정원외 실업계특별전형으로 대학에서 실업계고교생을 의무적으로
선발하는게 아닌 각 대학의 총 선발인원의 최대 5%이내에서 추가로 선발할 수 있도록
권장한 제도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서울대, KAIST 등 일부 대학에서는 정원외
실업계특별전형을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실업계특별전형을 실시하는 고려대, 연세대
등의 대학들도 정원외 5%가 아닌 3% 이내로 선발하기도 합니다(물론 해당 대학에서
제시한 조건에 맞아야 합격할 수 있음은 분명합니다)
. 이를 보더라도 실업계특별전형이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님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실업계특별전형은 자율적으로 선발되고 있습니다.
정원내가 아닌 농어촌전형과 같은 정원외이기 때문에 추가로 선발할 수 있다는 잇점으로
상당수 대학이 실시하고 있죠)


님이 우려하고 있는 "대학진학시 유리함을 목적으로 실업계고교로 진학하는 현상"
"실특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전문계 재수생 문제"는 실특도입으로 계속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예전에 남긴 실업계특별전형을 둘러싼 재학생과 졸업생의 갈등
글에서 볼 수 있듯이 한 유명대학이 실업계특별전형에 나이 제한을 둠으로 인해
실업계고교 재학생과 졸업생이 대치했던 현상이 일어났었으며, 실업계고교생의
대학진학률이 70%대로 접어들면서 점점 진학위주의 인문계, 특목고, 자사고와
별다른 차별성이 생기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분명 님이 이야기한 것 처럼 "실업계고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다른 방안"
찾아야 한다는데는 동의하는 바입니다. 실업계(전문계)고교가 실특만으로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으며, 실업계고교의 문제는 대학진학의 문제보다는 실업계고교가 안고 있는
문제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실업계고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아 내기가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지난 2007년 6월, 실업계고교관련
연구를 맡고 있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한 연구위원과의 인터뷰에서
한 연구위원은 "실업계고교의 문제점은 이리저리 꼬여있어 어디서 실타레를 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참 복잡한 문제입니다"
라고 밝힐 정도로 어려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정부에서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실업계고교 중 일부를
특성화고교로 지정하여 재정적인 도움을 주고, 비즈쿨 등과 같은 창업교육의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서울여상 같은 경우에는 취업 후 대학 진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선린인터넷고 같은 경우는 한 교사의 노력으로 미국 대학에 유학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지난 해 중반에는 실업계고교에서 전문계고교로
명칭을 바꿔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을 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와 기업, 그리고 일반 사람들은 실업계고교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근 집값 때문에 폐교위기에 처한 동호정보공업고라는 글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일반 사람들은 실업계고교를 집값 떨어뜨리는 원흉으로 생각하고
어떻게든 자기 동네에서 쫓아내려고 난리입니다. 기업에서는 최근들어 취업을 못한
대학졸업자들이 늘어나면서 대졸자 중에 고르려고 난리지 실업계고교 졸업자를
뽑으려는 움직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설사 일자리가 있더라도 괜찮은 일자리가
아닌 열악한 환경의 일자리가 상당수라 일부를 빼곤 고교 졸업후 취업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실업계특별전형은 실업계고교생에겐 그들에게 있어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작용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님의 이야기처럼 실업계특별전형은 역차별이고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까요?

저는 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실업계고교는 단순히 취업만을 위한
고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도 취업 뿐 아니라 유학, 대학진학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실업계고교의 경우 커리큘럼상 전문교과 위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입에서 필요한 국,영,수는 인문계, 특목고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입에 최적화된 인문계, 특목고에 비해 실업계고교는 대입에 최적화되어있지
않은 편입니다. 학교 실적을 위해 자격증 취득을 강요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물론 모든 학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대입보다는 취업이나 실습 등에 포커스를
잡고 있는터라 수능 준비하기에는 부족함이 적지 않습니다. 대입에 있어서도 지도해주는
교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며 제대로 된 공부방법조차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입에 최적화된 인문계, 특목고생과 함께 대결하라고 한다면
벅찰 수 밖에 없을 것이며, 학교생활과 대입준비하기 등으로 인해 적잖은 어려움에
처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실제 4년제 대학의 실업계특별전형을 통해 진학하는 학생의 비율은 전문대학 진학자를
포함한 진학율인 70%대에서 약 1*%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 중 괜찮다고 여겨지는
대학/학과에 진학하는 학생의 비율은 더욱 작은 편입니다. 이 정도면 비슷한 정원외
전형이 있는 4년제 대학 농어촌전형 진학자와 엇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정도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정도인데 굳이 폐지라는 이야기를 꺼낼 정도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만약 님의 주장처럼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맞게 자율성을 두고 특별전형을 없애자고
한다면 일반전형 외에 다른 전형은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수능, 내신 등 일부 잣대로 선발되는 우를 범할 수 있으며,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과
적성, 상황 등을 반영하지 못해 교육이 획일화되는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교육은 님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공공재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사회복지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물론 수요와 공급과 같은 문제 역시 고려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긴 하지만 말이죠)


님이 주장하는 기득권층은 실업계특별전형을 기준으로 잡아도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님이 알고 있는 모 학생처럼 "*대생이 되었으니 자신보다 하위 학교라고 생각하는
학교들을 놓고 **농장, 병**이라고 무시하며 뻐기는 언행"
을 하는 경우는 매우 극소수
입니다. 오히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실업계고교생 출신자가 더 많습니다.

그 다음에 "**인터넷고에 다니는 학생들의 목적은 오직 대학입학"이라고
이야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런 쪽으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회의 흐름이 대학을 원하고, 고교 졸업만으로 괜찮다 여겨지는 곳에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 실업계/특성화고교생을 인재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적 현실이
자꾸만 대입으로 모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해당 고교관계자 뿐만 아니라 정부관계자, 기업, 그리고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함께 해결점을 찾아야 할 문제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고교출신자라도 능력을
인정하고 인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로 바뀐다면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현 상황에선 높지 않아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실업계특별전형의 선발비율이 높아지지 않기를 원합니다.
현 단계에서 유지되거나 다소 비중을 줄이는 선에서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실업계 아니 전문계고교와 특성화고교가
21세기에서도 계속 존속하기 위해 산학협력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여 전문계고교와
특성화고교가 가지고 있는 교육목표를 이루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전문계고교, 특성화고교 재학생과 졸업자가 사회에서 인정받는 인재로서
받아들여지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문계고교의 경쟁력은 실업계특별전형이 아닌 다른 방안, 즉, 전문계고교의
체질개선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계고교의 학생들이 최소한 더 깊은 배움을 가질 수 있는 기회조차 없애는 건
부당하리라 생각하며, 오히려 전문계고교에서 배운 학문과 연계된 배움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유지하는게 전문계고교에게 득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극소수 사람만을 바라보고 폐지를 논하기보다는 좀 더 넓은 눈을 가지고 바라봐주었으면
하며, 전문계(실업계)고교에 관심이 있다면 실업계특별전형 폐지보다는 전문계고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 혹은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혹은 전문계고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지나가는 과객 (2008.2.22)

음. 일단 저는 실업계특별전형은 역차별이고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교육은 공공재가 아닙니다.
교육서비스는 비배제성, 비경합성 어느 것 하나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즉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정부가 이것 저것 하나씩 손대기 시작하면 차음 망가져갑니다. 글 쓴 분도 보아하니 학원가쪽에서 일하시는 분인 것 같은데 정부에서 앞으로는 한달 수강료를 시장균형의 1/2씩만 받으라고 하면 문 닫지 않을 학원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실업계특별전형의 취지는 좋습니다. 실업계고교 나오면 사람 취급도 안 해준다 뭐 이런 말들이 많았을 정도로 차별이 심했습니다. 그러나 공공재가 아닌 교육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균형을 무너지게 합니다.

현재도 이미 상당수의 실업계고교 입학자들이 대학진학시 유리함을 목적으로 진학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 할 것입니다. 실업계고교가 대학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가 된다면 도대체 특별전형을 두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죠? 그렇다면 이미 기본 취지를 벗어났으니 폐지해도 되겠죠?

결국 뭡니까? 정부가 원했던 취지는 실업계고교가 인문계와 다른 경쟁력을 가진 학교로서 자립하는 것이었는데 결과는 전혀 엉뚱하게 실업계고교가 좀 더 손쉬운 대학진학의 창구가 되고 있다 이겁니다.

저는 05년 연세대 경영에 최초합하고 건국대학 경영학과에 겨우겨우 붙은 실특생을 하나 알고 있습니다. 이 친구는 이제 연대생이 되었으니 자신보다 하위 학교라고 생각하는 학교들을 놓고 건국농장, 병균관이라고 무시하며 뻐기는 언행도 과감하게 하더군요.

물론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갔겠죠. 그러나 연대 정시생들과의 실력차의 괴리는 큽니다.

제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실특이 이미 취지를 벗어나 남용되고 있으므로 서둘러 이 제도를 폐지하고 실업계고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실특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전문계 재수생들까지 기득권층이 많이 발생해서 늦었습니다. 노무현 정권의 바보같은 정책 실행은 결국 뒷 사람들 골을 때리게 하는군요.

그리고 대학교가 자율적으로 전형 방법을 정하여 실특 출신 학교 학생들도 받을 의향이 있다면 자율적으로 실특학생들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뽑는 것은 대학 마음대로 뽑아야 합니다. 실특은 무조건 몇 % 뽑는 건 없어져야지요. 안 그래도 대학 교수당 학생수 문제가 아직도 문제인데 정원외라고 눈가리고 아웅하면 끝이 아닙니다.

어차피 대학정원은 교육부에서 인가를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정원외라는 말은 그냥 형식적인 말일 뿐이죠.

대학 입학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회의 기득권층이 형성되는 문제지요. 그러므로 누구나 객관적인 실력의 잣대로 입학하게 해야지 그저 따뜻한 마음으로 약자를 배려한다는 어설픈 정책을 쓰면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오로지 객관적인 실력. 이 실력만으로 뽑아야 뒷탈이 없는 겁니다. 물론 그게 수능이 아닐 수도 있겠죠. 대학측에서 내신을 원한다면 내신으로 학생들을 뽑을 수도 있는 겁니다. 좋은 대학일수록 자신의 브랜드네임이 희석화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자신들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뽑으면 되는 것입니다.

평등을 외치는 건 좋은데 객관적인 준거기준조차 무시해버리는 나라가 된다면 더 이상 이 나라에 희망은 없겠지요.

그리고 선린인터넷고를 말씀하셨는데 거기가 어떻게 특목고입니까?

거기 다니는 애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다니는지 알고 계시죠?
거긴 중학교에서도 공부를 곧잘 하는(그렇다고 아주 잘 하지는 않는) 애들이 입학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목적은 오직 대학진학입니다. 이 정책이 성공했다는 증거로 선린인터넷고를 예로 드셨다면 그 이유를 모르겠네요.

공부 잘 하는 애들이 실고나 톡목고로 몰렸다고 이 정책이 성공했다는 건 큰 착각이고 '치트키'같은 '뭔가'가 있으니까 몰리는 거겠지요. 거기 다니는 애들도 인정하는 건데 그냥 솔직해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