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교육/전문계(실업계) 이야기

실업계 고교생들 시로 쓴 절망과 분노 (경향신문 2011.10.3)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 나라말, 2011. 사진출처는 ⓒ알라딘)



10월 3일에 올라와서 미디어 다음 등지에서 많이들 보았을 기사다.
이 신문기사에서는 차별과 무시의 대상을 살리기 위해 "실업계"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엔 "전문계" → "특성화"로 부르는 명칭이 바뀌긴 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여전히 "실업계"라는 표현이 더 익숙할 정도로
"특성화"고교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은 1980~90년대의 인식에서 크게 변하지는 않은 모양새이다.

현 대통령을 포함해서 특성화고교를 나온 유명인사는 상당한 편이다.
70~80년대만해도 유명 실업계고교(당시 표현)을 나오면 은행 등 괜찮은 일자리에 들어가기 수월했고,
직장에 들어간 후에 대학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면 승진의 기회 역시 찾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대학과 대학 정원이 늘면서
고교 졸업자들이 일할 수 있는 터전을 점점 대졸자(전문대 졸업자 포함)에게 잠식당하기 시작했고,
실업계고교 졸업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공부 못하는 학생이 어떻게든 기술을 익혀서 일하는 정도로 바라보게 되었다.
실업계고교에 대한 인식은 1980~90년대 산업의 변화와 흐름에 뒤쳐지는 학교의 현실 속에서 "퇴물"과 같은 인식을 주었고,
이들은 어떻게든 대학 진학을 통한 인생 역전에 더 관심을 두게 되었다.

점점 사라져가는 실업계고교에 불씨를 지핀건 고려대, 연세대 등 유명 대학에 정원외로 진학할 수 있는
실업계특별전형이 확대가 되면서 성적이 괜찮은 학생들이 몰린 2000년대 초반대라고 보면 될게다.
그 이후에 대학 진학을 노리고 실업계고교로 진학하는 사례가 이뤄졌고,
선린인터넷고, 한국디지털미디어고 등 기존에 있거나 혹은 없었던 고교가 새로이 특성화고교로 지정되면서
유명 고교를 중심으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몰리고 대학진학에 있어서도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취업을 고려하고 있는 학생들에겐 괜찮은 일자리은 잘 주어지지 않았다.
자신감은 점점 잃어가고, 미래가 잘 보이지 않았다.
해당 기사에 나오는 교사는 2008년에 해당 전문계고교(서울의 모 공업계고교라고 한다)에 부임해서
진학률이 낮고 중도 포기가 적잖은 학교 현장을 보면서
학생들에게 시를 쓰면서 학생들의 고통을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주었다.

시의 내용을 보면 어떤 이는 싸이월드 다이어리에나 올릴 법한 내용이라며 비난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이런 시라면 나도 금방 쓰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남긴 글을 읽어보라. 삶을 살면서 마음고생했던 것들이 고스란히 시에 묻어있다.
그들이 시를 남기고,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자존감을 살릴 수 있을까 하는 교사의 고민이 담겨져 있다.

특성화고교생 대상 대입사이트를 운영해보면서 만나본 학생들의 모습엔 자존감 부족의 느낌이 적잖이 느껴졌다.
왠지 무시를 당하는 것 같고, 그들을 문제아로 바라보는 듯한 사회의 눈초리로 인해 움츠러든 모습을 보곤 했다.
이들에게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한 교사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최소한 그들에게 세상에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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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ita 2011.10.04 16:39 신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죠...

    • Favicon of http://fulldream.net BlogIcon fulldream 2011.10.04 22:00 신고

      안타까운 현실에 공감하고자 해당 책을 오늘 대형 서점에서 찾아보니 해당 책의 재고가 없더군요. 좋은 취지를 담은 책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역시 안타까웠습니다.

지난 8월 초, 대입커뮤니티로 유명한 수만휘카페 중 전문계/실업계 게시판에서
한 유저가 다음과 같은 고민을 남겼습니다. 저도 해당 글에 댓글을 남겨보았습니다.

---------------
안녕하세요?
얼마 전까지 수도권 대학에 가려고 실업계학원 다니고 공부하다가
갑자기 생각을 바꿔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요.

지금 고2인데 제 내신이 여태까지 모두 1등급에 예체능은 가끔 2등급 나왔어요.
요번에 전교 1등해서 장학금도 받았는데 이런게 대학갈 때는 가산점이 안될 것 같고...
요즘 수능위주이고 내신은 30% 그 정도 밖에 안들어간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내신은 좋아도 모의고사보면 뛰어난 성적도 아니구요.
그래서 실속있게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저는 대기업보다 은행쪽을 가고 싶은데 ㅠ.ㅠ
암튼 취업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내신은 언제까지 관리해야 하는지 뭐 아무거나 여러가지 구체적으로 조언부탁드려요.
---------------


이에 대한 여러 유저들의 댓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대입 커뮤니티에서 올라온 글임을 감안하고 살펴보는게 좋습니다.
참고로 ">>" 표시는 위에 글 쓴 유저의 답변 댓글입니다. 다른 분의 답변 댓글은 ## 표시로 합니다)

- 대졸도 은행 사무직 취업 힘들지 않나요?

- 전문계 졸업하고 가는 대기업이라봤자 명줄 짧은 생산직인데 은행원과 같은 선상에 두고 쉽게 보시면 곤란할 듯
   >> 저도 어려운거 알아요. 정규직으로 갈 것 아니고 비정규직으로 능력껏 가보려구요.
        비록 비정규직이라도 제가 살아남으면 되잖아요. 은행에 있다가 사업하는게 제 꿈이거든요.

- 은행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에요. 경쟁률 쎄고 엄청 똑똑해야되요.
  은행이 대기업보다 들어가기 힘든 회사 1위입니다. 뻥인 것 같지만 진짜구요.
  은행 들어가면 대기업보다 오래 일을 할 수 있고, 연봉이 끝내줘서 은행을 많이 선호하죠.
  고졸이 어떻게 은행 들어갑니까? 대학은 나와야 원서라도 넣을 수 있는데요.
  암튼 고졸은 은행 못 들어가요. 들어갈 방법도 있을지 모르지만...
   >> 그 들어갈 방법을 찾고 있어요 ㅠ.ㅠ

- (금융권은) 고졸 못 들어가요. 은행은 진짜 명문대 나와야 들어간다던데... 4겔에서 본 것 같은데...

- 명줄 짧은 생산직이라뇨? 저희 학교는 매년 경기마다 다르지만 어쩔땐 삼성 150명씩 보낸 적도 있는데
   그 중에서 몇 년만에 강제로 잘렸다는 소리를 한 선배들이 한 분도 안 계십니다. 다 일이 너무 빡세서
   스스로 힘들어서 나간 것 뿐이지... 생산직이 사무직보다 더 수명이 긴 것 모르시나요?
   >> 혹시 무슨학교인지? ㅠ.ㅠ 제가 취업사례를 많이 몰라서 알고 싶은데... 은행가신 분은 없어요?
   ## (1년에 150명이면 아니면 매년 다르다고 했지만) 150명이 취업했다면 언론에 보도됩니다.
       삼성 합격이면 취업이 목적인 학생들 대부분이 거기로 갈텐데 그러면 그 학교 전국에서 유명해질겝니다.
       선린이 공부라면 그 학교는 취업최강으로 유명해질텐데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알기론 한 학교에서 많아야 몇 안되는 숫자가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성적도 보기 때문에 그렇죠. 150명은 과장된 숫자같구요. 선생님이 그런 말을 했다면
       지금까지 간 학생들을 종합한 걸로 보이네요.
   ## 선배 한 분 한 분 다 만나본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 [이건 제 댓글] http://www.fulldream.net/214 
   수원의 모 여자정보고등학교의 2008년도 기준 진학/취업현황입니다. 해당 고교의 취업현황을 살펴보면
   대기업군은 "삼성전자(반도체), 삼성에스원, 삼성에버랜드, 삼성코닝정밀유리, 삼성전기, 다이모스, LG필립스,
   아모레퍼시픽, 삼성테크원, SK캐미컬, KCC중앙연구소" 등으로 대체로 제조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금융권은 "삼성증권, 대우캐피털,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율전신협, 새마을금고 등"에 진출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대기업이나 금융권에 진출하는 사례가 분명 존재하기는 하지만 요즘 같이 취업이 어려운 때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취업에 있어선 해당 고교의 네트워킹 능력이 필요한터라... 선배들이 어떤 쪽에
   진출했는지를 잘 살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아울러 취업담당 선생님께 이런 저런 정보를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겠구요. 진학도 취업도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지 않으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다각도로 살펴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아울러 취업쪽을 고려하고 있다면 고용형태(정규직, 비정규직 등...)도 꼭 살펴보세요. 비정규직이면 1~1.x년 정도
   일하다가 회사측에서 일방적으로 해고처리 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해고 당하면 참 비참해지고,
   생활도 힘들어집니다. 회사 경력에 있어선 비정규직보단 정규직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잘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취업이 쉬울 것 같은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대입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어학실력이라든지 괜찮은 자격증 등을 요구하고, 여성의 경우에는 보기 좋은 외모를 선호하는 전통은 여전합니다.
   자신이 여성일 경우에는 외모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고, 자격증, 내신 등도 잘 살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또한 앞서 이야기했지만 선배들의 취업현황을 꼭 살펴보길 바랍니다. 그게 해당 고교의 능력이 되는 셈이라...

   >> 네 감사해요. 저도 많이 고민하고 선택한 것이서요.
        저희 학교는 정보산업고인데요. 꽤 알아주는 명문 전문계고라고 선생님들이 입이 닳도록 말씀하시는데
        저는 잘 모르겠구요. 요즘엔 진학이 대세라 은행쪽 취업현황을 알아보는게 쉽지 않네요. 



해당 글을 읽어보면서... 전문계고교가 점점 진학위주로 기울어지면서
이전부터 수행해왔던 취업알선 등 취업관련 지원이 예전에 비해 다소 약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러 전문계고교들이 인근 중학생을 상대로 한 고교설명회에서 전문계고교는
취업도 되고 진학도 된다고 강조하는데... 과연 전문계고교가 취업과 진학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최근 우리나라 대통령이 한 마이스터교에 방문하면서 전문기술자를 양성하겠다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2010년 3월 개교로 선정된 고교는 서울의 수도전기공고를 포함 총 21군데 정도 됩니다.
선정분야를 살펴보면 에너지, 기계, 의료기기 등 이공계열 중심으로 되어 있는데...
제가 만난 상당수의 전문계고교생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은행원 등과 같이 인문/사회계열과 관련성이 있는
직업군을 고려하는 학생들이 적잖았습니다.
 
이공계열에 치우쳐있는 마이스터고에선 전문계고교생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하는데 있어서는
다소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걸 만들기 보다는
기존 전문계고교가 취업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취업관련 체계적인 시스템이라든지, 근로법을 몰라 피해 받지 않기 위한 근로기준법 관련 교육이라든지...
현장실습 역시 인턴제와 유사하게 경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진학에서 취업으로 방향을 선회한 한 전문계고교생이 취업을 고민해야 하는
전문계고교의 현 모습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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