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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삶의 추억

행정병의 특권! 군 인트라넷 동호회 활동기...

지난 몇년간 행정병으로 복무하면서 군 인트라넷으로 동호회 활동을 할 수 있었던건
지금 생각해도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군대에 있는 기간병중 군 인트라넷
(일명 국방 전산망) 이 연결되어 있는 컴퓨터는 생각보다 많지 않으며...
컴퓨터를 만질 수 있는 기간병 역시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만질 수 있는 병사는 주로 행정병 위주...)

군 인트라넷은 인터넷과 달리 각 부대별로 주소가 배정되어 있다. 홈페이지 역시 부대
홈페이지 위주다. 처음 인트라넷으로 이런 저런 사이트를 둘러봤을 때는 별로 볼거리가
없었다. 대부분 부대 홈페이지 위주이며, 자유게시판 역시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그나마
육군포털홈페이지의 컴퓨터관련 게시판이나 공군포털의 컴퓨터정보 페이지(대부분
브레인박스 등의 인터넷 사이트의 리뷰나 기사를 긁어다가 붙여놓은 정도다. 기사에는
댓글을 달 수 없고 대신 Q&A 등의 게시판에 글을 열람하는 정도)를 보는 정도였다.

그러다 우연히 선임병의 즐겨찾기를 보고서 군 인트라넷에 숨겨진 동호회를 발견하게
되었고, 선임병이 말년때가 되어 본격적으로 인트라넷 동호회 활동을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처음 접했던 사이트는 컴월드라는 사이트였다. 얼마 있다가 해당 부대의 서버 사정으로
흔적조차 사라졌지만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이트였다. 사이트에는 주로
다나와 전자상가의 가격정보를 1~2주에 한번 정도 올려줬으며, 컴퓨터,IT관련 기사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이트는 테크노트로 되어 있었으며,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든 기사에 댓글로 글을 남길 수 있었다. 컴퓨터, IT에 대한 정보에 갈급한 병사들에겐
샘과 같은 장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터넷보다는 상당히 정보가 느리긴 했지만
당시에는 바깥에 있는 소식을 군 인트라넷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그 이후에는 디자인 관련 커뮤니티인 큐브라는 사이트를 방문하게 되었다.
큐브(Chube)라는 커뮤니티는 웹과 디자인관련 글이 많이 올라왔으며, 다양한 사람들의
디지털 작품을 볼 수 있는 좋은 곳이었다. 디자인관련 Q&A도 활발했으며,
싸이월드 클럽과 홈페이지로 개설이 되어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의 경우 인트라넷의 홈페이지 디자인과 유사하게 되어있다.
인트라넷의 큐브가 궁금한 분들은 홈페이지를 방문해보기 바란다.

(싸이월드 클럽 http://chube.cyworld.com , 홈페이지 http://www.chube.org)


군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커뮤니티는 붉은고래라는 명으로 바뀐
MNB(Management & Business)라는 커뮤니티였다. 처음엔 모 부대 카페에 있었지만
얼마 있다가 괜찮은 부대 홈페이지로 자리를 옮겨 계속 운영했다.
(작년엔가 커뮤니티명을 붉은고래로 바꾼 후 계속 운영했다가 사이트가 폭파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잘 운영되고 있을련지 모르겠다)

난 거기서 이런 저런 글을 남기면서 나름 활동했다. 부족한 글이었지만 패스앤조이에 대한 글,
교육비즈니스에 대한 글, 우리가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한 글들을 적으면서 나름 주목을 받기도
했다. 뭐... 지금 살펴보면 다소 어색한 글이었지만 말이다. 붉은고래 덕택에 예전에
패스앤조이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과 연락할 수 있는 기회을 가졌으며, 2000년 당시 러시아에서
만났던 형제도 우연히 글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붉은고래에서는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글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때론 통쾌하기도 하고
때로는 정곡을 찌를만한 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글을
계속 올려달라는 댓글이 증가할 정도였다. 한 쪽에서는 주식, 부동산관련 글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주식에서는 휴가 때 HTS를 이용해서 몇천만원~몇억을 벌었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대부분은 높은 레벨에 있어야 볼 수 있는 글이라 처음 가입한 사람에게는 읽을 수도 없었다.
물론 금융 혹은 부동산관련 자격증 관련 글도 심심치 않게 올라왔으며, 자유게시판에는
최신뉴스(며칠 정도 지난 소식이 올라오다만)가 올라와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알기에 충분했다.
인터넷에서는 http://rwpg.igear.biz/ 로 운영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전역한 사람들은 더 좋은 경제, 경영커뮤니티를 찾을게구... 다들 사는데 바쁜터라
커뮤니티 활동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다. 군 인트라넷 커뮤니티가 인터넷에서
자리잡기란 쉬운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그 외에도 군무원, 부사관 등 간부급도 활발하게 활동했던 북클럽, 해외유학 정보를 공유하던
해유동(해외유학동아리) 등... 군 인트라넷에서는 찾기는 힘들지만 보석같이 알찬 동아리가
존재한다.

이들 동아리는 어떤 부대의 카페나 서버 계정을 활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부하가 심하면 접속이 안되는 경우가 다반사고 부대관련자의 결정으로 커뮤니티를 없애거나
혹은 갑작스런 사고로 날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이트가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를 폭파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그나마 합법적으로 글을 남길 수 있는 각군본부 홈페이지나 어떤 부대
홈페이지에서 새로운 주소를 알려주기도 한다. 그나마도 거의 비밀리라 인트라넷 커뮤니티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잘 찾기도 어렵다.

다만, 군 인트라넷은 목적상 부대별 정보교류를 위해 만든 망이기 때문에 부대에서는
타 부대 사람과의 대화를 원천적으로 막으려고 한다.  부대에서 자꾸만 공유, 대화를 막는건
아무래도 군내 보안이 새지 않도록 막기 위함이지만... 혈기왕성하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장병들의 건전한 취미까지 막으려고 하는건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군내 보안에 대한 주의를 주면서 건전하게 인트라넷 커뮤니티를 운영한다면
인터넷의 커뮤니티 부럽지 않은 커뮤니티를 육성할 수 있으며, 지식 장병을 양성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사회 돌아가는 소식을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음으로 사회 적응력도 키울 수 있고, 군 내에서도 좋은 컨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나 싶다.

전역한 후에도 군 인트라넷에서 활동했던 다양한 동아리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붉은고래로 만난 Trendons님은 전역 후에도 블로그로 인사를 나누고 있고,
군생활이 그리울 때면 가끔 붉은고래의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하기도 한다...

군 인트라넷 동호회 사람들의 정다운 글과 댓글...
블로그를 쓰는 지금도 그립기만 하다.


P.S : 군 인트라넷 동호회가 그리운 사람들은 국방홍보원에서 운영하는 국방커뮤니티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을것이다.
 - 국방커뮤니티 http://www.dema.mil.kr/index.html
군 인트라넷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군 인트라넷에 있는 국방커뮤니티랑 판박이라는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의 국방커뮤니티는 군 인트라넷과 별개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군 인트라넷
커뮤니티가 그리운 분들에게는 추억의 장소로 손색이 없지 않나 싶다.
(물론 "난 군대는 싫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안들어가면 그만이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