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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교육/전문계(실업계) 이야기

전문계고교의 현실을 보여주는 "실업계, 얌순이들의 보고서"

실업계 얌순이들의 보고서(청소년 REPORT 4) 상세보기
안재희 지음 | 우리교육 펴냄
대학 졸업자만이 사회에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은 전문 직업인을 배출하겠다는 상업계 학교들의 발목을 잡고, 취업과 진학이라는 이중의 부담을 떠안고 있는 학교는 스스로 학교의 본래 취지와 기능을 약화 시키고 있다. 위와 같은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저자는 취업이 목표인 학교와 학력 위주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갈등을 겪으며 상고생으로서의 정체성을 거부하고 또다른 선택을 하는 집단을 '얌순이' 로 분류하여 그들의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전문계고교생 대상 대입사이트인 패스앤조이를 친구와 같이
만들고 공동운영자로 활동하면서 전문계(실업계)고교에 대한 관심이 가졌던 나는
전문계고교 혹은 전문계고교생을 다룬 책에는 어떤게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사이트에서 내용을 뒤져보았지만 전문계고교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외에 실업계 얌순이들의 보고서(청소년 REPORT 4) 책만
덩그러니 보였습니다.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지만 한참동안 안 보다가 지난 7월,
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어보았습니다(책은 A5보다 다소 작은 사이즈로 책 가격은
7,000원 정도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서울에 위치한 잠잠여상(가명으로 표기했음)을 중심으로 학교 목표인
취업에 저항하는 얌순이들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전문계(실업계-이하 전문계)고교생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2003년에 나온 책이지만 현재의 모습을 보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보고서가 잘 이뤄져 있습니다.

(한 포털사이트 검색을 해보니 이 책 관련 보고서, 숙제 관련하여 **캠퍼스 자료들이
돌아다니더군요. 아무래도 사범대학쪽에서 과제를 내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여기서 저자가 정의한 얌순이는 학업에 관심이 없고 노는데 열중인 학생과 달리
"취업을 목표로 운영되는 학교 구조와 학력 위주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첨예한 갈등을
겪으며 상고생으로서 정체성을 거부하고 또 다른 선택을 하는 집단"입니다.

저자가 교생으로 있었던 잠잠여상은 인문과목(국,영,수 등...)교사와 상과과목(부기 등...)
교사와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을만큼 전문계고교의 문제점을 바라보게 됩니다.

학생의 상당부분은 노동자 계층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를 차지하는
얌순이들은 고교 졸업후 취업을 하더라도 사회에서 차별받을 것이라는 걸 인지하고
현실을 인정하되 취업이 아닌 진학을 선택하면서 기존에 노는 학생들과는 달리
학생다움을 전략적으로 수용하는 면모를 보입니다. 아울러 인문게고교생들과의 관계
속에서 소외받지 않도록 기본적인 인문지식(국,영,수 등...)을 공유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상대방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함입니다.

하지만 얌순이들은 전문계고교생 중 일부이기 때문에 변화의 주역이 되기 어려운
편입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한 문제 맞추는 위주의 인스턴트식 교육 및 시험에 열중이고,
이러한 교육으로 인해 얌순이들은 만족치 못하고 결국 학원 등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결국 얌순이들은 학교에서 수능공부를 하는 등
나름의 대입준비를 하게 되고, 학교의 의도와 달리 취업이 아닌 대입에 무게중심을
두고 생활하게 됩니다.

지난 몇 년간 대입사이트를 운영해보면서 여러 학생들을 만나보았지만 하나같이
자신의 고교에 대해 만족하는 학생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일부 특성화고교생
같은 경우에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여 합격하였기 때문에 나름의 자부심이 보여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가 만났던 학생들이 전문계고교생을 위한 대입사이트에서 만났기 때문에
진학이 목표인 학생들을 많이 만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지난 2000년에 비추어 볼 때 최근 전문계고교생의 모습을 보면 점차로 진학에 무게중심을
두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실제로 모 고교의 경우 진학반과
취업반으로 나눠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며, 어떤 고교에서는 인문계고교처럼 방과후
자율학습을 실시하는 경우도 존재하는 편입니다.

소수의 얌순이들이 선택했던 길이 점점 확대되어 상당수가 취업이 아닌 진학의 길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대학 진학이 아니라면
고교 졸업장 만으로 도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인문계고교, 특목고도 대학 진학을 하지 않는다면 고교 졸업장 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죠. 좋은 대학/학과에 진학해야만 고교가 인맥으로서의 역할로 효용성을
갖게 되죠)


앞으로의 전문계고교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지, 혹은 또 다른 위기를 겪게 될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진행된다면 취업으로 방향을 바꾸려고
이런 저런 애를 쓴 들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근본적인 문제인 고교 졸업장 만으로도 취업시 다른 요소(자격증 등...)와 더불어 인정
받을 수 있는 인식전환, 기능분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등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전문계고교생들의 대학지원 러시는 계속 이뤄질 것이며, 나중에는 전문계고교에 대한
존립에도 상당부분 위기가 올 수 있으리라 봅니다.

마이스터고교의 개편이든 뭐든 간에 전문계고교에 대한 현실 인식과 더불어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나와 점점 진학 일변도로 변해가고 교육의 질이 사회의 흐름에 뒤쳐지고
있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여 전문계고교를 다니고 있는 얌순이들의
고민과 어려움이 조금이라도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네요.
아울러 전문계고교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책들이 여럿 나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