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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교육/전문계(실업계) 이야기

동호정보공업고 폐교위기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교육위, 동호공고 폐교 유보(한겨례신문 9월 7일)

유명 블로거를 비롯한 여러 누리꾼들의 노력으로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 동호공고 폐교를
유보했습니다. 상당수의 블로거와 누리꾼들은 누리꾼들의 승리라며 자축을 하기도 했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폐교를 유보했을 뿐 폐교를 취소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즉, 폐교에 대한 결정을 뒤로 미뤘을 뿐이라는 이야기죠.

(한겨레뉴스 기사 말미에 서울시교육청의 교육지원국장은 "우리는 폐교한다는
 방침
이지만, 교육위에서 안된다고 하면 다시 검토하겠다"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폐교로 상당부분 기울었는데 갑자기 불어닥친 여론때문에 다소
 주춤해진 정도지 교육위에서 반대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폐교처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이러한 결정에 동호정보공업고의 한 교사는 "사태해결이 아닌 결정을 조금 늦췄을 뿐"
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겨례신문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서울시교육위원회에서는 11~12월 사이 학교를 방문해 실태를 파악하고 학교측과
아파트주민들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
입니다.

 - [인터뷰]오성훈 동호정보고등학교 교사 (뉴스보이 9월 7일)
    (동호정보공업고 교사의 의견을 한번 읽어보세요. 본질은 초등학교 건립이기보다는
     집값 상승을 위한 실업계고교 거부가 더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앞서 올렸던

     인근 집값 때문에 폐교위기에 처한 동호정보공업고 에서 동호정보공업고 이전관련
     한 아파트 운영위원의 글을 살펴보면 교사의 의견이 왜 설득력을 갖는지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뉴스보이의 9월 6일 기사에서는 동호공고 폐교 관련 동호공고의 한 학생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심의에서 기각되었다고 합니다.
아파트 주민들의 자녀들이 교육을 받을 권리도 있겠지만 동호공고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배움의 기회를 가질 권리에 대해서는 외면당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 동호공고 폐교 논란 일파만파... (뉴스보이 9월 6일)

이런 가운데 한 블로거는 남산타운아파트측의 의견을 중심으로 한 포스트를 남겨
다음블로거뉴스 메인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동호공고 이전 아닌 초등학교 원할 뿐" (박형준님의 포스트, 9월 8일)

물론 남산타운아파트측의 주민들이 모두 잘못되었다는건 아닙니다.
그들은 초등학교를 원했었고 초등학교 건립관련 수차례 민원을 제기한 부분은
충분히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건립관련 민원으로 멀쩡한 실업계고교가
문을 닫게 되는 사태는 상식적인 눈으로 바라봐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그들이 초등학교 건립을 원했다면 무조건 떼쓰는게 아닌 서울시교육청,
동호정보공업고측 등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초등학교가 들어설 수 있는
곳을 물색해야 할 것이며, 물색한 터에 대해 초등학교로서 충분히 기능을 다할 수 있는지
타당성 검토 역시 필요할 것입니다. 아울러 초등학교 건립과 관련 괜찮은 터를 마련한다면
굳이 아파트 옆 자리에 다른 구에 속한 동호정보공업고가 문닫을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5000여 세대가 있는 남산타운아파트에 초등학교가 건립되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편법으로 초등학교 부지를 꿀꺽하도록 방치한 해당 공무원과 건설업자... 그리고
조합원의 잘못이 크다고 봅니다. 애초에 아파트를 세울 때부터 초등학교를 세울 자리를
마련했으며, 아파트 건립과 더불어 초등학교를 건립했더라면 이러한 문제가 애초에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2000년대 세워진 남산타운아파트와 달리 동호정보공업고는 1990년에 세워졌습니다.
아울러 남산타운아파트와 다른 구(남산타운 아파트는 중구, 동호정보공업고는 성동구)
위치하고 있습니다. 남산타운아파트측이 초등학교가 없다는 것과 동호정보공업고가 옆에
있는건 하등 관계가 없습니다. 물론 극소수의 학생들이 아파트 주민에 다소 폐를 끼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이유로 학교의 존폐까지 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동호공고 폐교논란 관련 서울시교육청에 책임을 묻고 싶습니다.
남산타운아파트 관계자들이 초등학교를 세워달라고 하는 것과 동호정보공업고가 폐교
혹은 이전이 되는건 큰 관련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특성화고교로 바뀌는
동호정보공업고를 폐교하려고 했었는지 말이죠.

실업계고교가 우습게 보이는지요? 학교처럼 보이지 않는지요?
없애고 새로 세우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건 아닌지요?
 
교육행정은 서류와 법령으로 통과하면 그만이지만 학생들의 배움의 권리는
서류와 법령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자의든 타의든 간에
동호정보공업고를 선택했고, 그곳에서 대학진학 혹은 취업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학교가 갑자기 없어진다는 것은 배움의 길에 불안감을 주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특히나 학교 폐교의 이유가 학교 내의 사정이 아닌 학교 외부의
사정이라는 점에 있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아울러 학교의 학생으로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들을 외부의 영향으로 폐교라는 결정을 내린다면 이들에게는 불안감이... 교사에게는
실망감이 찾아오고... 결국 다른 실업계고교에도 비슷한 사례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 것입니다.

충분히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보고... 여러 주체와 원만한 대화를 나눠본다면
좋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저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학교를 폐교하기 보다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을 내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누리꾼 여러분께 이야기합니다. 이번 동호정보공업고를 한 아파트의 초등학교 건립문제
정도로 생각치 않았으면 합니다. 이 문제로 인해 한 실업계고교가 특성화고교로서 날개를
펴치도 못한채 사라질 운명에 처해있습니다. 어떻게든 폐교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막을 수
있었으면 하며... 실업계고교도 살고 초등학교도 공존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더불어
의견을 모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