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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교육/전문계(실업계) 이야기

실업계고교생의 대학진학을 달갑지 않게 보는 이에게...

지난 2006년 초 디시인사이드의 수능갤에서 한 유저가 실업계고교생 대상 대입사이트의
합격이야기에 올려진 한 유저의 글을 캡쳐하여 올린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사건을 저지른 유저는 캡처한 그림을 첨부하면서 실업계고교생은 인문계고교생보다
낮은 성적대로 진학을 한다며 비아냥거리는 글을 남겼으며, 합격이야기에
합격수기를 올린 유저는 이 사실을 발견하고 합격수기를 지웠으며,
실업계고교생 대상 대입사이트를 탈퇴하고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 후 실업계고교생 대상 대입사이트에서는 합격수기를 익명으로 변경했으며,
회원에 한해 열람할 수 있도록 권한을 제한했습니다)

비록 한 예이긴 하지만 상당수의 인문계고교생은 실업계고교생의 대학진학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용인 즉, "자신들은 목숨걸면서
공부해도 좋다고 하는 대학/학과에 진학하기도 무척 힘든데, 실업계고교생이
어떻게 자신보다 낮은 성적대로 진학할 수 있느냐"
라는거죠.

저는 이들의 입장을 어느정도 이해합니다. 저 역시 인문계고교 출신자였으며,
유명 4년제 대학에 가기 위해 내신관리에도 피터지고 매달 모의수능을 보면서
처절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나름 열심히 노력한 결과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서울에 있는
모 4년제 대학에 합격하여 현재까지 재학중입니다.

인문계고교생 입장에서는 수능 없이 내신만으로 유명 전문대에 진학하거나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얄미워 보일겁니다.

비단 실업계고교생 뿐 아니라 작년 수시모집에서 모 예능프로그램에서
모 연예인에게 훈육받는 코너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K모 대학에 합격한 예도 존재합니다.
유명 연예인은 연예인대로 쉽게 유명 4년제 대학에 합격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각종 특별전형으로 합격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으니 일반전형외에는 별 대안이 없는
인문계고교생들에겐 상대적인 박탈감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업계고교생의 경우 고교때 배운 전공을 더 심화하여 배우기 위해
정부에서 오래전부터 전문대에 특별전형의 기회를 줬으며, 몇 년 전에는
4년제 대학에 정원외 3% 전형(올해 입시부터는 정원외 5% 전형으로 확대)이라 하여
4년제 대학에도 실업계고교생이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전문대의 경우 인문계고교생도 해당 학과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증이 있다면
실업계고교생처럼 내신만으로 전문대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반면 4년제 대학의 실업계특별전형은 실업계고교생이어야 지원 가능하죠)



'당연히 직업탐구 열심히 하면 1등급 받을 수 있다?'
직업탐구에서 1등급을 받으려면 직업탐구 응시추정인원인 2만여명(2007 수능기준) 중
4% 이내인 800명 이내에 들어야 합니다. 많이들 응시하는 다른 영역에 비해 1등급에
들 수 있는 인원이 적습니다.

아울러 고려대(서울) 등 일부 4년제 대학에서는 언어, 수리, 외국어(영어)영역에서
2등급 이내에 들어야 지원 가능하도록 2008 입시계획안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문맥에 맞지 않아 부득이 줄을 그었습니다)

직업탐구는 특성상 전공과목을 기준으로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공과목을 많이 배운 실업계고교생이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직업탐구 외 다른 영역은 인문계, 특목고 학생들도 충분히 응시할 수 있으며,
실업계고교생보다 좋은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많습니다.
반면 실업계고교생은 유명 4년제 대학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언어, 외국어, 수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는데 실업계고교에서
수능을 도와주는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사교육에 의존해야 합니다.

(참고로 서울권 4년제 대학 중 대부분은 실업계특별전형에서 직탐을 반영하나,
다른 전형에서는 직탐을 반영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실업계고교에선 내신관리가 쉽다?'
이런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입니다. 실업계고교에서 내신관리를 잘 하려면
그만큼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고교에 따라서는 학습분위기가 좋지 않은 경우도
더러 존재하기 때문에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꿋꿋이 공부해야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또한 전공과목은 학생에 따라서는 맞지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실업계고교에서는 자격증 취득을 꽤나 강조하기 때문에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으면
못베기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자격증은 자격증대로 따야하고, 내신은 내신대로 관리해야 하고...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심지어 대입조차 혼자서 알아보고 준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업계고교생이 보통 대학가서 적응하지 못한다?'
뉴스에서 이런 내용을 보도를 한 적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일부분입니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이를 악물고서라도 졸업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예전에 실업계고교생 대상 대입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 중 일부 학생과는 지금도 연락이 되고 있는데, 이들의 대학생활을
살펴보면 다른 대학생처럼 성실하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일부 학생은 장학금을
받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실업계특별전형 혹은 다른 전형으로 진학한
실업계고교생을 공부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치 않았으면 합니다.

실업계고교생도 유명 4년제 대학이나 유명 전문대에 도전하려면 상당한 실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일부 학생은 내신관리를 잘해둔 탓에 수시모집에 지원하여 합격한 후 여유를
부릴 수도 있겠지만 이건 고교 내신을 잘 관리했거나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합격한 후 부릴 수 있는 여유라고 봅니다.


실업계고교생 대상 대입사이트를 약 4년간 운영해보고, 현재까지 네이버 지식iN의
실업계고교생 대상 전문스폰서로 활동하면서 바라보는 실업계고교생의 대입은 너무
지나치게 기울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다른 제 포스트에서 밝혔지만 실업계고교에
진학의 기회를 주는 측면은 긍정적이지만 실업계고교가 자꾸 진학위주로 운영될 경우
자칫 인문계고교와 별반 차이 없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대학 진학을 위한 과정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실업계고교생의 대학 진학의 근본적인 원인은 실업계고교생에게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에 있습니다. 그나마 있던 일자리도 청년실업으로 대졸생들에게 잠식되고 있으며,
실업계고교의 부정적인 이미지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실업계고교생은 실업계고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좀 더 나은 직장,
연봉을 받기 위해 대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약 실업계고교생이 비교적 괜찮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굳이 많은 돈을 들이면서 대입을 준비할 필요는 없겠죠.
오히려 취업에 더 열을 낼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실업계고교생이 진학에 너무 쏠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약자 중 하나인 실업계고교생에게 주어진 특별전형의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로 인문계고교처럼 국,영,수 과목이 많지 않으며,
주로 전공과목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취업위주의 지도가
이뤄진 탓에 수능 위주의 교육과 지도가 이뤄지는 인문계고교보다 대입, 수능을
준비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저 실업계고교생에계 괜한 특혜를 준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사회적 약자 중 하나인 실업계고교생에게 특별히 배움의 기회를 주는 걸로 생각하고
너그러이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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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계 대입사이트를 몇년간 운영하면서 실업계고교생들을 만나본 느낌은
실업계고교생도 인문계고교생 만큼이나 열심히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그들 역시 착실하며 어떻게든 고교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 대입을 빨리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놀면서 대학에 지원하여 합격하고 싶지만 그런 조건을
가진 학생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입준비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능을 공부하는 실업게고교생도 적지 않습니다.
실업계고교생을 괜한 날라리 류로 생각치 않았으면 합니다.

(이 글은 네이버 지식iN의 "실업계와 인문계 불공평하지 않나요?"에 대한 저의 답변을
보완한 글입니다. 네이버 지식iN의 답변글이라고 해서 가볍게 혹은 우습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